(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기자 = 미국 대통령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양측 모두 대규모 재정지출을 공약하면서 글로벌 채권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미국의 국가채무가 35조 달러에 달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재정지출 확대로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가 5%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모습이다.
29일 연합인포맥스 해외금리 일별(화면번호 6533)에 따르면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9월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첫 금리 인하 기대로 3.5970%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이후 금리는 꾸준히 상승해 간밤에는 4.300%까지 오르며 7월 11일 이후 약 4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랐다.
연준의 빅컷 이후 한달여 만에 70bp 이상 급등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강한 성장 전망이 채권 금리 상승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대선 이후 재정적자 증가와 관련한 채권 수급 압력은 미래의 채권 금리를 끌어올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 트럼프 7.5조·해리스 3.5조 재정지출 전망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 양측 모두 대규모 재정지출을 공약하고 있다.
초당적 기구인 '책임 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는 지난 7일 '해리스와 트럼프 캠페인 계획의 재정적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는데,美대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해리스와 트럼프 모두 현행법상 예상되는 수준보다 적자와 부채를 더 늘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 추정치를 살펴보면 향후 10년간 해리스가 당선되면 부채가 3조5천억 달러(약 4천860조 원), 트럼프 당선 시 7조5천억 달러(약 1경 415조 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양측 다 상당한 규모지만, 트럼프의 적자 규모가 해리스의 두 배를 넘어선다.
재정지출 확대에 대한 채권시장의 우려는 지난주 채권시장에서 이미 드러났다. 지난주 일부 여론 조사 및 베팅 시장에서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을 더 높게 점치는 결과들이 나오면서 한 주 동안 10년물 국채금리가 15.7bp 급등한 것이다.
◇ 트럼프·공화당 승리…금리 상승 압력 '최대'
양측 모두 대규모 재정지출을 공약하는 가운데 트럼프가 재선하고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는 '레드 스윕' 시나리오의 경우 금리 상승 압력이 가장 강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가 공약한 정책들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더 높게 유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당선되면 10년물 국채금리가 5%대에 도달할 수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티 로웨 프라이스는 현재 4% 초반의 10년물 국채금리가 6개월 내 5%로 오를 수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 대해 6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한 상태다. 이러한 관세 정책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 또한, 강경한 이민 정책으로 노동 공급을 제한함으로써 임금 인상과 물가 상승 압력을 추가적으로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2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고율 관세 정책이 내년 중반까지 세계 무역의 상당 부분에 영향을 주면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이 2025년엔 0.8%, 2026년엔 1.3% 각각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이 경우 연준에 금리 인하를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 해리스·민주당 승리…금리 상승 압력에도 '비교적 안정'
해리스 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는 '블루 스윕' 시나리오에서도 장기 국채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해리스의 재정적자 확대 규모는 3조5천억 달러로 트럼프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지만, 이는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을 현재 98%에서 2035년까지 133%(아래 그림 참조)로 치솟게 할 수 있는 수준이다. 트럼프 정책 실행시에는 142%까지 급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리스는 주로 사회적 지출 확대 및 환경 관련 투자를 중심으로 예산을 편성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민주당의 정책은 경제 성장을 도모하면서도 물가 안정에도 중점을 둘 가능성이 있어 금리 상승 압력이 비교적 안정적일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민주당의 증세 정책이 재정적자 확대를 일정 부분 상쇄할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 분할 정부 시나리오도 금리 상승 불가피
트럼프가 당선되고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거나, 해리스가 당선되고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는 분할 정부 시나리오에서도 재정지출 확대와 금리 상승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8월 미국의 국가 신용 등급 전망을 'AA+,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도 미국의 재정 여건은 11월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피치는 보고서에서 2017년 트럼프가 도입한 세금 인하 정책의 대부분은 두 후보 중 누가 당선되든 연장될 것으로 본다며 이는 세수에 영향을 미쳐 재정 적자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피치는 "미국 정부는 대규모 재정 적자와 늘어나는 부채 부담, 고령화 사회와 관련된 지출 증가에 유의미하게 대처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가 재선하고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할 경우, 트럼프의 관세와 재정 정책 실행이 제약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민주당의 저항으로 관세 확대 정책이나 대규모 지출안이 수정될 가능성이 있어, 이 경우는 '레드 스윕' 시나리오보다는 금리 상승 압력이 다소 완화할 여지가 있다.
반면, 해리스가 당선되고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할 경우 대규모 사회적 지출과 환경 정책이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정책 협상에서 타협해 재정 지출이 확대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s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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