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美국 듀레이션 축소 중…연준 가파른 인하도 의문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9월이 되자마자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재확산하고 있다. 뉴욕채권시장에서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다시 3.7%대를 노린다. 주식 급락세와 결부돼 채권 매수세가 모이는 형국이다.
하지만, 이러한 매수가 미국 투자자들만 중점적으로 참여하는 '불균형' 성격이라는 진단이 제기됐다. 외국인은 듀레이션(가중평균만기)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인하 기대까지 고려하면, 단기간에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4%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다.
글로벌 대형 은행인 BNY멜론이 3일(현지시간)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거래일간 미국에 거주하지 않는 외국인들의 국경 간 미국채 투자 총 흐름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만기 3년 이상 구간에서 모두 자금이 유출된 탓이다.
뉴욕채권시장의 외국인들은 3년 이하 단기물 매수에 관심을 보였다. 미국인들이 장기물과 초장기물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부분과 대비된다.
지난 한 달간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굵직한 이벤트를 맞닥뜨렸다. 엔캐리 청산 등이 촉발한 '검은 월요일'이 있었고, 이후 긴급 금리인하 내지는 '빅컷' 이슈와 잭슨홀 미팅 등을 소화했다. 전반적으로 미국채 금리는 박스권 속에서 변동성이 컸다.
BNY멜론의 존 벨리스 거시경제 전략가는 "국경 간 채권 투자자들이 단기물로 이동해 듀레이션을 축소하고 있다"며 "이 현상은 차트 숫자를 산정한 시계열보다 앞선 미국 고용 충격 이전부터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뉴욕채권시장에서 진행 중인 수급 미스매치의 반작용은 프라이머리딜러(PD)들의 부담 가중이다. 벨리스 전략가는 이들의 미국채 보유량이 기록적인 최고치에 가까워졌다고 분석했다. 발행 물량이 임계점을 넘어가면, 이를 받아낼 여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 기관투자자들의 기준금리 인하 베팅도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1년간 200bp가 넘는 금리인하를 점치고 있는데, 이는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미국 경기가 깊은 불황이 아니라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봤다. 물론, 8월 고용보고서가 아주 부진하다면 이달에 빅컷 시나리오를 인정했다.
벨리스 전략가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인하할 예정이라는 점에서 외국인들의 미국채 매도세는 진정될 수 있다"면서도 "국채 발행이 활발해져 금리가 올라간다고 하면 외국인은 채권 매도세를 지속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외국인 포지션과 프라이머리 딜러의 상황 등을 종합하면 커브(기간별 수익률 곡선) 전반에 걸쳐 금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고용 이외 데이터 흐름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초반에 일정 부분 강세가 목격되더라도 이번 가을에는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4%를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jhlee2@yna.co.kr
(끝)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13시 02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