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정윤교 기자 =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다.
트럼프의 '중국 때리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국 당국의 경기부양 노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여파로 위안화는 약세를,년中 채권금리는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융완화는 보통 증시에 호재로 작용하지만 트럼프 정책과 중국의 추가 부양책 내용을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 중국, 경제위기론 속 통화정책 기조 14년 만에 전환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9월 말 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중국 경제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며 적극적인 부양책을 지시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은행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하며 시중에 유동성을 대규모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정책금리인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금리도 종전의 1.7%에서 1.5%로 0.2%p 낮췄다.
이밖에도 주식 시장 안정화, 부동산 시장 부양 정책 등을 잇달아 발표했다. 올해 목표 성장률인 5%를 달성하기 위해서였다.
이어 이달 중앙정치국은 2011년 이후 유지해온 '적극적 재정정책과 온건한 통화정책' 기조를 '더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적절히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변경했다.
통화정책과 관련해 '온건' 대신 '적절한 완화'라는 표현을 넣은 것은 14년 만이었다. 중국의 통화정책은 완화, 적절한 완화, 온건, 적절한 긴축, 긴축 등 5단계로 구분된다.
이처럼 중국 당국은 대규모 부양책을 계속 쏟아냈지만, 올해 5% 목표에 도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중국 경제는 향후 3~5년간 연평균 3~4% 성장하는 데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중국 주식 시장도 당국의 부양책 발표 이후 전반적으로는 오름세를 이어왔지만, 여전히 경제 펀더멘털이 취약해 급격한 반등에는 실패했다.
중국 당국은 최근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를 개최해 내년 한 해 동안 더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펼칠 것을 예고한 상태다.
구체적으로는 재정 적자율과 초장기 특별 국채 발행을 확대하고, 지준율 금리 인하 등 유동성 공급을 지속하기로 했다.
◇ 내년 중국 증시, 겹겹 쌓인 악재에 부양책 효과 제한 전망
중국 당국의 적극적인 부양책에도 내년 중국 증시가 대폭 상승하는 그림은 보기 어려울 것이란 게 대다수의 관측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예고한 고율의 관세 정책과 달러 강세, 중국 내수 경기의 지속적인 침체 등이 중국 주식 시장을 압박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의 내년 추가 부양책이 증시에 미칠 영향은 트럼프발 효과에 제한될 것으로 분석됐다.
JP모건은 "내년 중국 시장의 상승 여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관세 우려와 달러 강세는 중국과 아시아 신흥국 증시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JP모건은 "중국 당국의 예상보다 강력한 부양책은 무역 전쟁 재개로 인한 잠재적인 경제적 역풍을 상쇄할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더 명확하고 자세한 정보가 나와봐야 알 것"이라고 언급했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중국 시장이 큰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는 중국 주요 기업의 실적 하향 추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미중 긴장 고조 가능성, 달러 강세 등을 하방 압력으로 제시했다.
내년 중국 증시에 대한 낙관론도 있다.
ING의 중화권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린 송은 "향후 경기부양책과 경제 개혁과 같은 중국 당국의 촉매제가 주식 시장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시장에 가장 큰 위협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실제 시행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송은 "관세 부과가 실행되는 가장 빠른 시점은 내년 3분기가 될 것이며, 내년 4분기나 내후년 1분기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점쳤다.
글로벌 경제데이터 업체 CEIC에 따르면 현재 상하이증권거래소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015년 말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평가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중국 주식은 현재 모닝스타의 애널리스트들이 산출한 공정 가치 대비 18% 저평가된 상태다.
◇ 위안화 약세 지속…"당국 속도조절할 것"
위안화도 트럼프의 재등장에 약세 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ING는 "내년은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 하락 압력에 맞서 싸우는 긴 한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내년 말 역내 달러-위안(CNY) 환율이 7.35위안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한 외신은 중국 당국이 미국의 관세 인상에 대비해 내년에 위안화 약세를 용인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위안화 절하를 용인하는 것은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일반적인 관행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트럼프의 수석 무역 고문인 피터 나바로가 중국의 환율 조작 시도에 대해 강하게 경고하기도 했다.
ING는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면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관세를 부과받을 수 있다"며 "우리는 인민은행이 강력한 (환율) 방어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위안화 약세가 예상되지만 인민은행이 지나친 하락은 막을 것이라는 얘기로 분석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도 "트럼프의 대선 승리는 중국에 더 높은 관세가 부과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이는 상당한 위안화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인민은행의)환시 개입과 더욱 강력한 중국의 재정부양책으로 상쇄될 것"이라고 말했다.
BofA는 역내 달러-위안 환율이 1분기에 7.60위안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후 점차 달러에 힘이 빠지며 연말에는 7.40위안으로 후퇴할 것으로 내다봤다.
◇ 국채금리 사상 최저…"반등 이유 찾기 힘들어"
올해 중국 금융시장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채권금리 하락이었다. 연합인포맥스 해외금리 화면(6535)에 따르면 지난 16일 중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65%까지 떨어져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30년물 국채금리는 1.93%까지 밀려 같은 날 일본 30년물 금리 2.28%를 밑돌았다. 중국 초장기 금리가 일본 금리를 밑도는 것은 데이터 집계가 가능한 2002년 이후 처음이다.
중국 당국의 정책금리 인하와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안전자산 수요가 채권 금리를 떨어뜨렸다. UBS글로벌웰스매니지먼트는 "해외 대출 기관들은 기업에 대출을 제공할지, 아니면 위험이 덜한 중국 정부채로 안전하게 투자할지에 직면해 있다"며 "많은 주체들이 후자를 선택하고 있다. 가계와 기업의 신용 수요도 약하다"고 설명했다.
중국 중앙은행이 이 같은 채권 랠리에 불편한 심정을 나타내며 채권 매도에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금리 하락(채권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베이징 션가오 펀드 매니지먼트는 내년에도 중국 10년물 금리가 1.6%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며 "중국 채권시장이 비관적일(금리가 상승할) 이유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jhmoon@yna.co.kr
(끝)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08시 37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