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각성·막대한 자금으로 영향력↑
(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기자 = 암호화폐 데이터 회사인 메사리(Messari)를 운영하는 라이언 셀키스는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초청한 저녁에서 "미국에는 5천만 명의 암호화폐 보유자가 있다"며 "유권자가 너무 많네요"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이 발언은 이후 암호화폐 업계가 과거의 스캔들을 떨쳐내고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강력한 세력으로 자리 잡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정치적 화두가 됐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암호화폐 업계의 정치적 각성과 막대한 자금이 이미 미국 전역의 주요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 올해 美 대선 암호화폐엔 중요한 순간
많은 암호화폐 지지자는 올해 대선을 중요한 순간으로 보고 있다.
2년 전 일련의 암호화폐 회사가 파산한 후 바이든 행정부는 공격적인 단속에 착수해 업계 주요 인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암호화폐 산업을 미국에서 퇴출하려는 소송을 추진 중이다.
수년간 정부와 대립해온 암호화폐 기업 리플의 최고 경영자(CEO) 브래드 갈링하우스는 "2024년 대선은 암호화폐 역사상 가장 중대한 선거가 될 것"이라며 "기술이 당파적인 정치적 쟁점이 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인베이스 설문에 따르면 미국인 5천200만 명이 디지털화폐를 소유하고 있다. 이는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조사치인 1천800만 명보다 훨씬 더 많은 수준이다.
리플과 코인베이스,암호화폐선거에영향을미치는방법국제뉴스기사본문 벤처 캐피털 회사 안드레센 호로위츠 등 세 개의 대형 암호화폐 회사는 의회 선거에서 친 암호화폐 후보를 선출하기 위해 약 1억 5천만 달러를 페어 셰이크(FairShake)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에 기부했다. 이 자금은 여러 상원 선거에 사용될 계획이다.
지난해 3월 페어셰이크는 캘리포니아 상원 예비선거에서 암호화폐를 비판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연합한 케이티 포터 민주당 의원을 공격하는 광고에 약 1천만 달러를 지출했으며 포터 의원은 선거에서 패배했다.
슈퍼팩 대변인은 대통령 선거에 참여할 계획이 없다고 했지만, 업계의 방대한 자금력은 암호화폐를 대선 캠페인의 화두로 만들었다.
무소속 대선 후보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비트코인 행사에서 첫 번째 공식 선거 운동을 시작했으며, 업계 컨퍼런스에도 다수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랫동안 반 암호화폐 진영으로 여겨져 왔는데 지지자들로부터 공약을 고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실제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몇 주 동안 코인베이스와 리플에 연락해 암호화폐 정책에 대해 논의하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 암호화폐 지지로 돌아선 트럼프, 약속 지킬까
그럼에도 암호화폐 업계의 많은 부문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치는 것처럼 보인다. 트럼프는 한 때 비트코인을 "사기 같다", "허공에 기반을 둔 것"이라고 비판했지만, 지난달에는 규제를 중단하겠다고 약속하며 암호화폐를 지지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에 "비트코인은 미국산이어야 한다!!!(Bitcoin should be MADE IN THE USA!!!)"는 글을 올렸다.
암호화폐 업계가 마지막으로 선거에 영향력을 미쳤던 때는 2022년 중간선거로 당시 FTX 설립자 샘 뱅크먼-프리드가 양당에 수천만 달러를 지출했지만, 회사 파산 이후 암호화폐 업계는 오랜 기간 고통받았다.
그러나 페어셰이크는 올해 암호화폐에 비판적인 민주당 의원들이 재선에 도전하는 4곳의 상원 경선에 관여할 계획을 발표했다. 실제로 이는 업계에 비판적인 민주당 의원들이 업계를 지지하는 법안을 추진하도록 변화하는 데 기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암호화폐에 찬성한다면 트럼프에 투표하는 것이 좋다"고 선언할 정도였다. 그는 약 15명의 비트코인 채굴업체 경영진과도 한 시간 넘게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암호화폐 회사 유니스왑에서 일하는 민주당 의원 마빈 암모리는 트럼프가 선거 공약을 이행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다.
그럼에도 이달 트럼프는 기금 모금 행사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지지를 재차 강조했다.
s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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