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이 이끄는 미국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이하 버크셔)가 22년 만에 처음으로 채권 투자에 나섰다.
이는 미국 증시에 대한 경고라는 분석이 나왔다.
23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버핏은 최근 쌓은 현금성 자산 대부분을 유동성이 높은 단기 채권인 미국 재무부 단기재정증권(T-bill:treasury bill)에 투자했다. 단기재정증권 외 채권 투자를 포함하면,버핏년만에첫채권투자quot시에대한경고quot국제뉴스기사본문 9월 기준 버크셔의 채권 투자액은 3천40억 달러로 주식 투자액 2천716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버크셔는 채권을 주요 투자 대상으로 하는 기관투자자가 됐다. 과거 연례 보고서를 살펴보면, 이는 닷컴 버블이 붕괴하던 2001∼2002년 이후 22년 만이다.
주식 운용 리스크를 줄이고 채권 투자에 나선 버핏의 이러한 행보는, 미국 국채 금리에 비해 이례적으로 고평가된 미국 주식시장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버크셔가 제출한 '13F'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보유 목록을 보면 그간 버핏이 '보물'이라고 불렀던 애플(NAS:AAPL) 주식은 3개월 만에 보유량이 25% 감소해 4분기 연속 매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NYS:BAC)를 포함한 금융주 보유도 감소했다.
최근 미국 피자 배달 대기업 도미노 피자(NYS:DPZ)의 주식 120만 주 이상을 매입하는 등 일부 종목에 대한 신규 투자가 이뤄졌으나 이는 기존 주식 보유 비중을 줄인 데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버크셔의 보유 현금도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다.
9월 말 기준 버크셔의 보유 현금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증가한 3천252억 달러로 전체 자산의 약 30%를 차지하며 약 50조 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버핏이 채권 투자자로 변신한 이유에 대해 주식 시장에서의 투자 매력이 저하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버핏도 지난 5월 연례 주주총회에서 "좋은 공에만 방망이를 휘두른다"고 언급한 바 있다.
버크셔 주식을 장기 보유한 투자 운용사 스미드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설립자 빌 스미드는 "자금을 축적하는 이유 중 하나는 경영권과 투자에서 자유도를 높여 다음 세대에 사업을 물려줄 준비를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지난 닷컴 버블 당시에도 버핏은 채권 투자에 관심을 기울인 바 있다.
2000년에는 프레디맥의 주식을 모두 매각하고 그 대금으로 채권에 투자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당시 폭등했던 미국 주식시장은 버핏에게 극도로 고평가된 시장으로 비쳤다"며 "2000년대 초 주주총회에서도 그는 투자 기회가 부족하다고 한탄한 바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S&P500 주가지수의 예상 수익률과 미국 장기 금리의 차이는 22년 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현재 주식이 고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닷컴 버블 당시 주가가 높아 예상 수익률은 장기 금리를 밑도는 상황이 지속됐다.
2002년에 마침내 수익률이 장기 금리를 넘어섰고, 이 패턴이 계속되다가 22년 만에 처음으로 두 수익률이 비슷해졌다. 지난 21일 기준 현재 스프레드는 약 0.13%까지 좁혀졌다.
현재 미국의 정책 금리는 여전히 4.5%∼4.75%이므로 버핏은 고평가된 주식보다 위험 없이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국채를 선택한 셈이다.
매체는 "버핏은 단기적인 시장 예측을 하지는 않지만, 버크셔가 22년 만에 처음으로 채권으로 전환한 것은 미국 주식의 미래에 대한 분명한 경고의 신호"라고 덧붙였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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