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약세 등 빌미로 무역전쟁 가능성 비판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미국 유력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아시아 주요국의 통화 약세를 곡해(曲解)할 여지가 있는 미국 정치권을 비판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불거질 무역전쟁 가능성을 사전 경고했다.
WSJ 편집위원회는 26일(현지시간) 오피니언을 통해 "최근 중요한 경제 현상 중 하나는 달러 대비 아시아 통화의 가치 하락"이라며 "위안화의 고난과 함께 일본 엔화,韓日 한국 원화, 말레이시아 링깃화도 가치가 하락하는 통화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경쟁적인 통화 평가절하를 시행하고 있는지 묻는다면 대답은 '아니요'일 것"이라며 "아시아의 지역적 요인도 작용하겠지만, 이들 통화 약세의 더 큰 요인은 상대적으로 강한 미국 경제와 금리 인상"이라고 강조했다.
WSJ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강력한 통화'를 강조한 적이 있는 만큼, 위안화 절하에 의도가 없다고 해석했다. 위안화 가치가 더 높아야 중국이 원하는 위안화 국제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부연했다. 중국 당국이 역내 위안화 유동성을 조절하는 등 오히려 위안화 가치 방어에 노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당국이 가만히 내버려 뒀다면, 위안화는 약세로 더 치우쳤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더해 우리나라와 일본은 강력한 구두 개입을 비롯해 안정적인 환율 흐름을 유도 중이다. 일본은 실개입도 마다치 않았다. 그만큼 아시아 주요국들은 통화 약세를 이용해 경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WSJ은 "이러한 환율 변동은 무역과 투자 흐름을 위협하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같은 통화 당국 간의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좋은 논거가 된다"면서도 "미국의 무역 전쟁론자들이 종종 주장하는 것처럼 수출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의도적인 전략이라고 주장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것이 미국 경제에 대한 음모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공화당과 민주당의 주요 무역·통화 관련 인사들은 아시아 국가들을 타깃으로 삼을 수 있다고 WSJ은 우려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진영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나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의원을 대표적인 예로 제시했다. 이들은 아시아 주요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규정하면서, 보호무역주의를 대선 캠페인의 주요 이슈로 올려놓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WSJ은 "보호무역주의를 위한 관세는 실수가 될 것"이라며 "중국의 경제 위기가 임박했는지 누구도 말할 순 없지만, 어떤 사람도 그걸 바라서는 안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더불어 "특히 미국 소비자와 기업들은 관세 전쟁에 휘말리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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