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YMI] 美 노동시장 전환점일까…베버리지곡선과 '구인율 4.5%' < 국제뉴스 < 기사본문

지금까진 실업 크게 안 늘고도 노동시장 균형 회복 성공

월러 "구인율 4.5% 밑돌면 실업이 크게 늘어날 수도"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성진 기자 = 미국 노동부가 4일(현지시간) 공개한 지난 4월 'JOLTs'(구인·이직 보고서)는 팬데믹 사태 여파로 뜨거워졌던 미국 노동시장이 마침내 정상으로 돌아갔음을 보여주는 이정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 의장이 주시해온 구인배율(실업자 한명당 빈일자리 개수)이 팬데믹 사태 직전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낮아진 점을 두고 전문가들의 호평이 쏟아졌다. (5일 오전 3시 27분 송고된 '[글로벌차트] 팬데믹 전으로 회귀…파월이 주시하는 구인배율' 기사 참고)

한때 2배를 넘기도 했던 미국 구인배율이 2020년 초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데이터 출처: 미국 노동통계국(BLS).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릭 라이더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 구인배율 차트를 제시하면서 "노동시장이 팬데믹 충격으로부터 거의 완전히 정상화됐음을 보여준다"면서 "고용주들은 일자리 파괴가 거의 없이 그들의 수요에 맞는 적절한 균형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연준의 책무와 관련해 매우 긍정적인 데이터"라고 평가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도 구인배율의 하락을 언급하며 "JOLTs에서 빅뉴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팬데믹 사태 후 크게 늘어났던 구인 건수(job opeingns,노동시장전환점일까베버리지곡선과구인율국제뉴스기사본문 빈일자리)가 "팬데믹 전에 비해 노동시장이 더 타이트하다는 걸 보여준 주요 변수였다"고 말했다.

2022년 3월 1천218만2천건까지 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구인 건수는 올해 4월 기준 805만9천건까지 감소했다. 연준이 강력한 긴축을 지속한 2년여 사이 34%나 줄어들었다.

반면, 이 기간에 실업률은 3.6%에서 3.9%로 오르는 데 그쳤다. 실업이 크게 안 늘고도 노동시장의 균형이 회복됐다는 점에서 연준 입장에서는 매우 고무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미국 구인 건수가 크게 감소하는 사이 실업률은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데이터 출처: BLS.

문제는 이처럼 반가운 성과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연준 긴축의 영향으로 앞으로는 실업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노동에 대한 총수요는 구인 건수와 현재 고용 건수의 합으로 파악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총수요의 냉각이 전자의 감소에서 대부분 발생했다면 다음 단계에서는 후자의 감소, 즉 실업의 증가로 나타날 것이라는 게 적지 않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지표는 노동에 대한 총수요 중에서 구인 건수가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구인율(또는 빈일자리율, job openings rate)이다. 구인율이 특정 레벨보다 더 낮아지면 실업률이 높아진다는 추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구인율과 실업률 간 관계를 나타내는 베버리지 곡선은 앞으로 미국 노동시장의 방향을 가늠하는 데 있어 유용할 수 있다.

미 노동부가 그린 베버리지 곡선을 보면, 팬데믹 사태 후 미국의 베버리지 곡선은 위쪽으로 크게 이동했다. 팬데믹 충격으로 동일한 실업률 하에서도 과거에 비해 구인율은 크게 높아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연준의 긴축이 시작된 이후 미국 구인율은 실업률이 그다지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수직으로 하락했다. 구인배율이 정상화된 것과 같은 맥락의 현상이 베버리지 곡선에서도 나타난 것이다.

검정색선이 팬데믹 사태 후의 베버리지 곡선. 빨간색 동그라미는 연준 긴축 이후.
출처: BLS 홈페이지.

이에 따라 베버리지 곡선도 과거의 패턴으로 돌아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퍼먼 교수는 "팬데믹 이후의 베버리지 곡선은 이제 팬데믹 이전의 베버리지 곡선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베버리지 곡선은 통상 우하향하는 형태를 취한다. 구인율이 하락하면 실업률은 높아진다는 얘기다. '팬데믹 충격'이 사라졌다면, 이제 이 역(逆)관계가 발현되면서 구인율의 추가 하락은 실업률의 상승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시장 일각에는 구인율 4.5%가 일종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연준 안에서 영향력이 큰 매파인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지난 1월 연설에서 구인율이 4.5%를 밑돌게 되면 실업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한 까닭이다.

당시 월러 이사는 구인율이 4.5%까지 하락하는 것은 "구인 건수의 상당한 감소를 통해" 가능하다면서도, 과거 사례에 근거할 때 구인율이 그보다 더 낮아진다면 "통화정책의 긴축으로 실업이 상당히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인율은 2022년 3월 7.4%에서 고점을 찍은 뒤 4.8%까지 낮아진 상태다. 올해 들어 넉 달 동안 0.5%포인트 하락했다.

sj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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