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인상-무역흑자-달러약세 모순적…연준 금리 압박이 수순
폴 크루그먼 교수 NYT 기고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당선되면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재개될 것이라는 우려는 익히 알려졌다. 이른바 '트럼프플레이션'이 예견된 악재라면 무리 없이 맞을 수 있을까.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관세인상이라는 수단과 달러 약세라는 목표들이 상충해,美금 결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압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이미 주류경제학을 따르지 않고 있기에 사태는 더 심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폴 크루그먼 교수는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기고를 통해 "대부분의 전문가는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가 얼마나 큰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는지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많은 경제학자조차도 트럼프 후보의 관세 애정과 연준의 정치화 욕망, 달러 약세 의지 간의 상호작용 가능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선 트럼프 캠프에서 거론되는 10~20%의 관세율이 현실화한다면, 보편적인 미국 가정의 구매력을 4% 정도 떨어뜨릴 만큼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저소득층일수록 피해를 심하게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수치로 계산할 수 있는 일차적 영향을 넘어선 파급 효과다. 크루그먼은 "트럼프가 만들어낸 숫자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그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물어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며 "트럼프는 무역 흑자가 이기는 것이라는 중상주의적 무역관을 갖고 있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크루그먼은 관세율 인상이 무역흑자로 가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무역적자만큼 미국으로 자본이 들어오는 구조라 쉽지 않다고 봤다. 무역적자를 줄이려다가 자본유입과 수입이 동반 감소하고, 수출까지 악영향을 받는다고 진단했다. 이 과정에서 달러는 강세로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세인상이 실패하면 트럼프는 뒤로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크루그먼 교수는 예상했다. 관세를 추가로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달러 가치는 더욱 상승하고, 좌절한 트럼프가 다음 시나리오를 단행하게 된다고 부연했다.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는 유일한 방법인 연준의 금리인하 가속이다. 연준은 독립적이어야 하지만, 트럼프는 이를 거부하는 부분 때문에 총체적 난국이다. 미국 기준금리의 바닥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트럼프가 존경하는 외국의 권위주의 지도자들을 보면 자신이 듣고 싶어 하는 말만 하는 엉터리 이론을 수용하고 있다"며 "트럼프의 관세인상도 이미 주류 경제학자들은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닮았다"고 적었다.
더불어 "터키의 대통령은 정통 경제학을 거부했다가 85%의 인플레이션을 맞았다"며 "미국을 그 정도로 곤경에 빠뜨리기는 어렵겠지만, 트럼프플레이션은 생각보다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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