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2025년 달러화 향방의 주된 키는 도널드 트럼프의 2기 행정부에서의 새로운 관세 정책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이 꼽힌다.
20일 글로벌 투자은행(IB) 및 환율 전문가들은 내년 중반까진 달러화 강세 재료가 우세하다고 내다봤다.
미국 달러는 올해 10월 초 대비 연말 7% 이상 오른 상태다.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6400)에 따르면 달러인덱스는 이날 108.483까지 올라 2022년 11월 이후 2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트럼프 정책과 연준의 비둘기파적인 통화 정책 기대에 달러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촉발됐다.
하지만 최근 미국 서비스업 활동과 소매 판매의 강한 확장세와 2023년 4월 이후 처음으로 미국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상승하면서 연준의 내년 금리 인하 전망은 크게 축소됐다.
연준은 현지 시각으로 지난 18일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25bp 인하했으나 추가적인 인하에 대해선 '일시 중단'을 선언했다.
◇ 1월 트럼프와 공화당의 권력 장악…일단 '달러 버블'
내년 1월부터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하고 공화당이 미 의회를 장악하면서 달러화를 둘러싼 정책적 배경은 빠르게 변화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년글로벌환율전망트럼프기달러버블과연준브레이크국제뉴스기사본문 높은 미국 금리, 신흥 시장의 재정 압박, 그리고 유럽의 경기 둔화 등 여러 요인이 연초부터 달러 강세에 우호적인 배경을 형성할 전망이다.
ING는 "트럼프 행정부의 느슨한 재정 정책과 더 엄격한 이민 정책이 상대적으로 높은 미국 금리와 보호무역주의와 결합해 달러 강세를 이끌 것"이라며 "2025년에는 미국 경제가 과열될 가능성도 있지만, 달러 버블에 공기가 더 많이 주입되는 해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ING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달러가 2년간의 범위를 상회하며 무역 가중 달러 지수가 상승할 것"이라며 "트럼프의 관세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며, 우크라이나와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 유로존의 재정 부양책 가능성 부족, 유럽연합(EU) 국가들의 선거로 인한 브뤼셀과의 마찰 등이 추가적인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 비미국 통화 타격…투심 회복될 경우 반등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로 유로존 성장이 악화되면서 유로화는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하도 가속화될 수 있다.
ING는 유로-달러 환율이 내년 1.05달러 아래에서 등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IG마켓 또한 관세로 금리 격차가 확대돼 비미국 지역에서의 달러 수요를 촉발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 역시 달러 강세 요인이다.
엽준롱 IG마켓 시장 전략가는 "관세로 인해 (비미국 지역의) 수출 수요가 많이 감소하면 이들 지역의 경기 둔화 위험이 높아져 미국에 비해 더 공격적인 통화 완화 사이클이 촉발될 수 있다"며 "금리 차이가 더 확대될 가능성은 미국 달러 수요를 촉진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G마켓은 다만 고점에서의 달러화 조정 가능성도 제기했다. 단기적으로 일일 상대강도지수(RSI)의 소폭 약세 다이버전스와 일일 이동평균 수렴확산지수(MACD)의 약세 크로스오버가 이를 시사한다.
실제로 최근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데이터에 따르면 다른 주요10개국(G10) 통화 대비 미 달러화 포지션이 2024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상승폭이 커서 단기 조정 발생 신호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IG마켓은 "(달러인덱스가) 단기 지지선으로 105.91을 주목할 수 있으나 기술적으로 더 강한 반전이 발생하면 103.81∼104.75 범위로 움직일 수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 압박받는 신흥국 통화…美 10년물 상승 주목
최근 미국 채권 금리가 상승하면서 신흥 시장의 재정 상태는 더욱 압박받을 수 있다.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6531)에 따르면 미국 10년 만기 채권 금리는 12월 FOMC 이후 급등해 4.59%까지 올라 지난 5월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ING는 2025년 말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5.50%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단기 채무를 갚아야 하는 신흥 시장 국가들은 더 큰 리스크를 겪을 수 있다.
중국의 경우 미국 관세 정책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나라인 만큼 환율 대응에 나설 수 있다.
ING는 "아시아 통화는 미국 금리 상승과 트럼프의 관세 인상이라는 두 가지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며 "중국은 이러한 환경에서 주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 내년 달러-위안(CNY) 환율은 6.90위안에서 7.35위안 사이에서 거래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라틴 아메리카 통화들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트럼프 트레이딩'에 주된 타깃이 됐던 멕시코 페소와 브라질 헤알이 주목된다.
ING는 "두 통화 모두 5∼6%의 실질 금리를 통해 어느 정도 보호를 받을 것"이라며 "특히 멕시코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재협상 이슈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씨티그룹은 미국과 중국, 캐나다, 멕시코 등과의 무역분쟁을 주목하면서도 실제 트럼프의 무역 정책이 실행될 경우 달러화 강세가 되돌려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씨티그룹은 "특히 중국 측이 강력한 반발을 표출할 것으로 예측이 되는 만큼, 트럼프의 경로대로 시장이 흘러가지 않게 될 확률 역시 배제할 수 없다"며 "지금 과도한 선반영이 나타나 추후에는 차익실현 매물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 '엔 캐리' 활기 잃을 것…엔화 강세 전환
올해 7월까지 인기 있었던 엔화 캐리트레이드는 내년엔 활기를 잃어갈 전망이다.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캐리 통화는 점차 엔화에서 스위스 프랑으로 이동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달러-엔 환율은 7월 162.00엔까지 오른 후 미국 경기 둔화 우려와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9월에 잠시 139.57엔까지 내렸다. 이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의 승리를 예상한 달러 매수가 주를 이루며 11월 이후 150엔 후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주요 은행들은 달러-엔 환율이 2025년 말 기준 140∼150엔 범위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즈호 은행은 156엔, 미쓰비시UFG(MUFG) 은행은 148엔, 미쓰이스미토모(SMBC) 은행은 143엔을 제시했다.
스즈키 히로시 SMBC 수석 외환 전략가는 "일본만 금리가 낮았던 환경은 끝났고, 더 이상 엔화만 팔리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지금까지 엔화 약세의 원인이었던 미일 금리차가 25년 만에 빠르게 줄어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 트럼프의 높은 관세와 불법 이민자 추방 등은 인플레이션과 임금 상승으로 이어져 연준의 금리 인하를 억제할 수 있어서다.
미즈호 은행의 수석 시장 이코노미스트인 카라카마 다이스케는 "트럼프가 얼마나 진지하게 정책을 시행할지, 그 시기는 불분명하지만 달러 강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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