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한국과 미국의 장기 국채금리 동조성이 올해 들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9일 연합인포맥스의 미국과 한국 10년물 국채 금리 일일 데이터를 바탕으로 두 지표의 연간 단위 상관 계수를 구한 결과,韓美 올해 들어 이달 5일까지 상관 계수가 0.76으로 평가됐다.
이는 지난 2021년의 0.73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지난 2022년과 2023년에는 상관 계수가 각각 0.96과 0.92로 매우 높게 나타난 바 있다.
상관 계수는 -1에서 1까지 분포하는데, +1에 가까울수록 양의 상관 관계, 즉 동조성이 매우 뚜렷하다는 뜻이다.
상관 계수 절댓값이 0.3~0.7이면 어느 정도의 연관성을 보이는 것이고, 0.8~1이면 강한 연관성을 보이는 것으로 통상 분류된다. 0.2 이하면 약한 연관성으로 크게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한국과 미국 장기금리의 연관성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은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0월 두 나라의 10년물 국채 금리가 각각 전고점을 찍은 이후 미국에 비해 한국 금리가 더욱 가파르게 반락한 바 있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향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크게 거론되며 양 국가 금리 모두 하락 압력을 받았는데, 한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우호적인 장기물 수급 여건이 더해지며 낙폭이 컸다.
이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올해 4월 말까지 꾸준히 오르며 반등폭을 키웠지만, 한국 금리의 반등폭은 상대적으로 제한됐다.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재차 후퇴하는 과정에서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 속에 미국 금리의 파급 영향이 줄었기 때문으로 진단됐다.
실제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올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 기준금리가 지금보다 125bp 낮은 4.0~4.25%가 될 확률이 56%로 가장 높았다.
그러다 올해 9월까지 기준금리가 지금보다 불과 25bp 낮을 확률은 올해 들어 점차 커지기 시작하더니 현재 70%에 육박한다.
한편, 지난 2022년과 2023년 미국과 한국의 장기 국채 금리 동조성이 눈에 띄게 강했던 것은 양 국가의 실물경제와 통화정책이 모두 동조화되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4월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2022년 중 글로벌 고물가 등 거시경제 충격이 발생하며 주요국 물가 여건이 비슷해졌다"며 "이에 대응한 통화정책이 한 방향으로 운용되면서 주요국 정책금리 동조성도 강화됐다"고 진단했다.
동시에 지난 2020~2022년 사이 팬데믹과 고물가 등 거시경제 충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한미 금리의 높은 동조성을 지켜봤던 투자자에게 일종의 경직적 기대가 형성되기도 한 것으로 분석됐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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