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미국 제47대 대통령 선거가 약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박빙의 대결을 펼치고 있어 결과에 따라 금융시장이 상당한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연합인포맥스는 시나리오별 영향을 짚는 기사 6건을 송고합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내달 5일(현지시간) 치러질 미국 대선은 금융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주자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이 선거 막바지까지 근소한 차이를 보인 탓에 시장이 선거 결과를 미리 반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도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전문가들은 대선과 관련해 주로 네 가지 시나리오를 점치고 있다. 현재로선 트럼프나 해리스가 승리하고 상·하원이 분열되는 시나리오가 가장 두각을 드러내고 있지만,美대 공화당이 백악관과 상·하원을 모두 차지하는 케이스도 점점 의식되고 있다.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차지하는 케이스는 가장 확률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 '레드 스윕' 트럼프의 완승
트럼프가 승리하고 상·하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모두 이기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트럼프가 내건 주요 공약의 실현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여러 시나리오 중 금융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시나리오로 여겨진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악시오스는 "다음 의회 선거까지 최소 2년간 공화당은 거의 브레이크 없이 야심 차게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선 국내 정책 측면에서 감세가 주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지난 2017년 법인세를 21%로 내린 것에 더해 추가로 15%로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초과 노동 및 팁에 대한 면세, 노령연금 면세, 연방 및 지방정부 세금(SALT) 공제 한도 철폐 등을 공약했다.
이와 같은 전방위적인 감세안은 재정적자 급증 우려를 키워 채권시장 등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무역정책 측면에서 트럼프는 중국산에 60% 관세를 부과할 뿐만 아니라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어 최근에는 멕시코와 유럽연합(EU) 등을 거론하며 집권 시 수입차에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최근 멕시코를 겨냥해 "100, 200, 2천%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면서 "그들은 미국에 차를 한 대도 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율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전세계적으로 무역갈등이 고조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른 공급망·제품가격 변화 등이 경제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 트럼프 승리, 상·하원 분열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상원은 공화당이, 하원은 민주당이 차지하는 시나리오는 시장이 비교적 확률이 높다고 보는 결과다.
이 경우 트럼프의 감세나 재정지출 확대 정책에 일정 부분 제동이 걸리게 될 전망이다. 예산을 둘러싼 양측의 줄다리기가 이어져 셧다운(연방정부 업무 일시중단) 이슈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지지율을 유지하기 위해 외부 이슈에 더 강한 스탠스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과의 무역 갈등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얘기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행정부는 자유무역 협정을 철회하고 미국의 농업과 제조이익에 초점을 맞춘 양자 협정을 체결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자금 지원을 중단하고 러시아에 유리한 평화협정을 맺도록 강요할 것이라며, 나토에 군사 지출을 늘리도록 압력을 가하는 한편 동맹의 전략적 우선순위에는 대체로 거리를 두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 '블루 스윕' 해리스의 완승
해리스가 승리하고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시나리오는 가장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즈호리서치&테크놀로지의 야스이 아키히코 조사부장은 트럼프가 승리하고 상·하원에서 공화당이 이기는 '레드 스윕'의 확률을 30%로 본 반면 해리스 승리, 상·하원 민주당 승리를 의미하는 '블루 스윕'의 가능성은 10%로 극히 낮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해리스는 자신의 진보적인 정책을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해리스 정책의 핵심 키워드는 '중산층 살리기'다.
노동자 등 서민을 겨냥해 자녀 1인당 세액 공제 확대, 근로장려세제 확대, 소기업 창업 비용에 대한 세금 공제 금액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반면 법인세는 현 21%에서 28%로 인상하겠다고 밝혀 대기업과 부자에 대해서는 세금을 늘리겠다는 스탠스를 분명히 한 상태다.
전통 에너지를 중시하는 트럼프와 달리 태양광과 풍력 등 클린 에너지에 대한 보조금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돼 관련 업종의 희비가 엇갈릴 가능성이 있다.
◇ 해리스 승리, 상·하원 분열
해리스가 백악관을 차지하지만 의회를 장악하진 못할 경우 지금과 같은 정치적인 교착 상태와 의회 기능 상실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공화당은 해리스의 기후 대책이나 의료, 증세 정책을 막는 것을 우선시할 가능성이 높다. 주요 공약이 공화당의 거센 반대에 부딪치면서 주택 매입 보조금과 같은 자잘한 부문에서나 성과를 낼 것이란 관측이다. 기업과 시장도 양측의 힘겨루기를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 정책은 바이든 대통령의 다자간 접근 방식을 기반으로 해 미국의 리더십을 강화하고 나토와의 동맹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중 제재 등은 지속되겠지만 트럼프보다는 긴장의 수위가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글로벌 협약에 다시 참여하고 핵무기 폐기 등 각종 이슈에 대한 국제적인 연합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우크라이나 지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 꼬리 위험 : 선거인단 동률
실현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이론적으로 존재하는 시나리오도 있다. 선거인단이 동률을 기록하는 시나리오로, 이 경우 불확정 선거(contingent election)를 치르게 된다. 현재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경우의 수에 포함조차 하고 있지 않아 시장에는 꼬리 위험이 되는 셈이다.
미국 대선은 주별로 할당된 선거인단 총 538명 중 과반인 270명 이상을 확보하는 후보가 승리하는 구조다. 만약 두 후보가 선거인단을 269명씩 나눠가질 경우 수정헌법 12조에 따라 하원이 대통령을 결정하게 된다. 상원은 부통령을 결정한다. 따라서 상·하원 선거 결과가 매우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24년 대선 때 4명의 후보가 출마했으나 누구도 선거인단 과반을 확보하지 못해 결국 하원이 존 퀸시 아담스를 대통령으로 결정한 바 있다.
CNN에 따르면 하원이 취임식 날인 1월20일까지도 대통령을 선출하지 못할 경우 상원에서 선출한 새 부통령이 임시 대통령을 맡게 된다. 상원의 부통령 선출도 삐걱댈 경우 대통령 승계 계획이 발효되며 부통령 다음 순위인 하원의장으로 바통이 넘어가게 된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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