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는 이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선전포고한 상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정치적이기에 교체를 마음에 뒀고,美대 트럼프 진영에서는 연준 '무력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전통적으로 중앙은행은 금리인상 시기에 인기가 떨어진다. 연준 역시 5.5%(상단 기준)까지 기준금리를 올리고 나서 마찬가지였다. 부정적 여론을 등에 업고 연준 수술에 나설지 이목이 쏠린다.
◇ 파월 의장 읍참마속 확실시…레임덕 기로
트럼프 후보는 지난 2월, 폭스뉴스 인터뷰를 통해 "당선되면 파월 의장을 재지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정치적인 사람이라며, 금리인하로 민주당을 도울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 발언은 7개월이 지나고 연준의 빅컷으로 현실이 됐다.
파월 의장은 지난 2017년 11월,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인 시절에 지명한 인사다. 사실 당시에도 이 결정과 관련해 '독립성'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2022년에 신임을 받고 임기가 연장됐다. 그리고 기준금리를 500bp 넘게 인상했다.
트럼프 후보는 금리인상 국면에서도 파월 의장이 탐탁지 않았다. 트럼프 후보가 재선된다면 '읍참마속'이 확실시된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오는 2026년 5월까지다. 아직 1년 반 정도가 남았지만, 대선 판세가 유리해질수록 임기를 못 채울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임기를 버티더라도 레임덕 시켜버리는 전개가 점쳐진다.
보통 새로운 연준 의장 지명은 전임자 임기를 2~6개월 정도 앞두고 발표된다. 의회 승인 절차 등을 고려한 조치다. 하지만, 트럼프 후보가 내년까지 기다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 자문을 맡고 있는 스콧 베센트 헤지펀드 매니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차기 연준 의장을 조기에 지명해 거의 1년 동안 그림자 의장이 파월의 잠재적 대항마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차기 의장 하마평에 법 개정까지 '솔솔'
트럼프 후보가 당선됐을 때 차기 연준 의장으로 다수가 거론되고 있다.
연준 내에서는 우선 과거 트럼프 후보가 지명했던 이사들인 크로스토퍼 월러와 미셸 보먼의 이름이 출현한다. 보먼은 최근 빅컷은 유일하게 반대했다. 월러는 공화당 계열로 분류되는데, 최근 독립성을 두고 트럼프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트럼프 후보의 경제 고문인 주디 셸턴도 언급된다. 금본위제 도입을 주장하는 그는 민주당에서 싫어하기에 코드가 들어맞는다. 트럼프 후보가 과거 연준 이사로 지명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철회했다.
아서 래퍼 전 시카고대 교수와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케빈 해셋 전 백악관 경제선임보좌관, 스콧 베센트 매니저 등 다양하다. 대부분은 비둘기파, 친기업 성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중앙은행이자 달러 패권의 핵심인 연준은 연방준비법을 비롯해 험프리-호킨스 법(완전고용과 균형성장법)을 토대로 작동한다. 통화 공급과 금리 정책에 대한 권한, 금융시스템 관리, 물가-고용의 듀얼 맨데이트(이중책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이 담겼다.
이 중 일부를 개정해 대통령이 연준을 통제해야 한다는 아이디어가 확산한다. 대통령이 연준 이사회 구성원을 해임할 수 있도록 하는 논의부터 지역 연방준비은행(연은) 국유화, 연은 총재 임명권의 정치 개입, 맨데이트 수정, 통화정책 결정의 여론화 등 상당하다.
토마스 호닉 전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는 의회가 중앙은행의 금리·대차대조표 조절 범위를 제한하고, 이를 벗어나면 6개월 후에 의회의 승인을 받자고 제안했다.
◇ 여론이 트럼프 편들어줄 가능성…그래도 금리는 내린다
지난 5월 여론조사 갤럽이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는 보면 파월 의장을 '대단히' 혹은 '꽤' 신뢰한다고 답변한 비중은 39%에 그쳤다. 전년에는 36%였다. 조사를 시작한 2001년 이래 파월 의장이 역대 최저치와 그다음을 모두 차지했다. 코로나 대응 때는 60%에 육박했는데 금리를 인상하면서 신뢰도를 모두 까먹었다. 특히 공화당 지지자들에게 평가가 아주 박하다.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다면 여론은 연준 개혁을 더욱 응원하는 쪽으로 흐를 수 있다. 공화당이 의회까지 장악할 때 시너지가 확산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1기 이후 4년을 더 준비한 만큼, 추진력은 빠를 수 있다. 글로벌 채권·외환시장이 바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금 당장은 트럼프 후보가 연준의 금리인하를 비판 중이다. 하지만, 결국 트럼프 집권 하에 기준금리는 내리막길을 걸을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트럼프 후보와 새 연준 의장 후보들의 친기업적인 성향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터미널레이트(최종금리)에 대해서는 아직 불안감이 있다.
그리니치 증권의 스티브 소스닉 선임 전략가는 "트럼프가 다시 집권하면 바로 금리 인하 압박을 가할 것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높은 금리 수준이 낮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플레이션 부담이 혼재한다고 봤다.
슈로더는 트럼프 후보 당선 시 내년 초까지 연준이 기준금리를 75bp 인하한 후 금리 동결 기조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추측했다.
해리스 후보가 대통령에 오르면 연준 점도표의 신뢰성이 커질 것으로 시장참가자들은 판단한다. 뉴욕채권시장의 커브 스티프닝(기간별 수익률 곡선 가팔라짐)도 다소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연준 변화에 대한 불확실성은 사실상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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