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2일 일본 주식 시장이 폭락하며 37년 만에 최악의 날을 보냈다.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과 그동안 세계 증시를 떠받쳐온 반도체주에 대한 기대감 약화,日증 엔화 가치 상승 등 여러 악재가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일본 증시가 휘청거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연합인포맥스 세계주가지수(화면번호 6511)에 따르면 닛케이225지수는 전일 대비 2,216.63포인트(5.81%) 급락한 35,909.70으로 장을 마쳤다.
이날 낙폭은 1987년 10월 미국 블랙먼데이 다음 날이었던 20일(-3,837.00)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수준이다.
T&D자산운용의 유스케 사카이 시니어 트레이더는 "시장의 하방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주요 기업의 호실적 등 며칠 전의 호재는 잊힌 채 매도세가 강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쓰비시UFJ자산운용의 도쿠오카 쇼이치 수석 펀드매니저는 "하루의 변동 폭으로서는 조금 과한 감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시장 흐름에 대해 일본 경제지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갑작스러운 '트리플 쇼크'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하방이 보이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날 급락의 발단은 간밤 발표된 미국 경제지표의 부진이었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에 따르면 미국의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6.8을 기록했다. 업황 위축과 확장 가늠선인 50을 밑돌았고, 시장 예상치인 48.8도 하회했다.
미국 고용 시장의 둔화세도 뚜렷해졌다.
미국에서 지난달 27일로 끝난 한 주간 신규 실업보험을 청구한 사람은 계절 조정 기준 24만9천명으로 직전 주보다 1만4천명 증가했다. 지난해 8월 이후 거의 1년 만에 가장 많았다.
미국의 제조 업황과 고용 시장이 예상보다 더 냉각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투자 심리는 무너졌다.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소프트랜딩(연착륙)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은 하드랜딩(경착륙) 확률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니세이아 자산운용의 노다 켄스케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 둔화 때문이 아니라 경기 악화 가능성 때문에 금리를 내릴 수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특히 세계 주가 상승을 이끌어온 반도체주를 비롯한 기술주에 대한 높은 기대감도 후퇴하며 주가는 더욱 밀려났다.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아시아 시각으로 이날 오전 시장 예상을 크게 밑도는 실적을 내놓으며 뉴욕 장 마감 후 시간 외 거래에서 20% 이상 급락한 점도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
인텔은 현금 흐름 악화로 배당까지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반도체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을 키웠다.
반도체 관련주인 어드밴테스트의 호실적은 이날 시장을 지지하기에 역부족이었다.
도쿄일렉트론(-11.99%)과 어드밴테스트(-7.96%), 소프트뱅크그룹(-8.03%), TDK(-8.38%), 신에츠화학공업(-8.71%), 스크린(-13.48%), 레이져테크(-10.81%) 등 반도체주는 일제히 크게 주저앉으며 닛케이지수를 끌어내렸다.
이러한 시장의 하락 흐름에 기름을 부은 것은 엔고였다.
지난달 31일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여파로 외환 시장에서 엔화 가치가 상승(달러-엔 환율 하락)하면서 수출기업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했다.
이날 외환 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148엔대까지 내려왔다.
미즈호증권의 미우라 유타카 수석 애널리스트는 "엔저에 따른 실적 상향 조정 기대감으로 매수했던 종목들에 대해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필립증권의 마스자와 다케히코 트레이딩 헤드는 "일본 주식은 그동안 엔저에 따른 실적 상향 조정 기대 등으로 매수돼왔는데, 이제 그 전제 조건이 무너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 증시가 조만간 반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케히코 필립증권 트레이딩 헤드는 "시장이 그야말로 자유낙하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반등) 계기를 찾고 있지만 개별 기업 실적을 재료로 한 주가 반등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UBP인베스트먼트의 즈헤르 칸 선임 펀드매니저는 "환율도, 주식도 변동성이 너무 커서 장기 해외 투자자들은 지금 시장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며 "시장이 좀 더 안정된 후에나 매수가 가능하겠지만, 아직 업계에서 매수 이야기는 듣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이날 밤 발표될 미국의 7월 고용 지표를 주시하고 있다. 실업률 전망치는 4.1%다. 실업률이 시장 예상보다 높게 나온다면 시장의 충격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긴장감을 가지고 시장 동향을 주시하는 동시에 경제재정 운영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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