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엔 돌파한 달러

(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달러-엔 환율이 재차 160엔을 돌파해 1986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외환당국의 엔화 매수 실개입이 이뤄진지 2개월만에 주요 저항선이 뚫리면서 환율이 어디까지 오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달러-엔 환율 상승이 지속되면 일본 경제와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미국 채권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 불확실한 연준과 느린 BOJ,엔돌파한달러 여전한 인플레 압력

달러-엔 환율이 계속 상승 압력을 받고있는 데는 여러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우선 가장 큰 요인은 금리 인하 시기와 관련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관계자들의 의견이 일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준의 대표적인 비둘기파로 꼽히는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지난 24일 미국 경제가 과열 양상에서 벗어나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연준이 이제껏 견지해온 제한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해야 할지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매파로 꼽히는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연준이 금리 인하를 개시할 때가 아직 아니며 인플레이션이 둔화하지 않을 경우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25일 밝혔다.

미국 경제지표 결과가 엇갈리고 있다는 점도 금리 인하 컨센서스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로 분석된다.

올 초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한 일본은행(BOJ)이 이후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를 올리지 않고 있다는 점도 달러-엔 상승의 배경이 되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일본은행이 이달 국채 매입 축소를 발표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중앙은행은 내달 구체적인 규모를 발표하겠다고 미뤘다.

6월 회의 의사록 요약본에서 일본은행 위원들이 금리 인상을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인상 속도가 빠를 것이라고 기대하는 시장 참가자들은 거의 없다. 웬만큼 올리지 않고서는 엔화 방향을 바꾸지 못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안팎으로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가 향후 줄어들 것이라고 볼만한 만한 재료가 없는 셈이다. 현재 미국과 일본의 2년물 국채금리 차이는 4.41%포인트로, 작년 12월 말 4.20%포인트보다 더 커졌다.

여기에다 이달 초 금리 인하가 머쓱해질 정도로 캐나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온 점, 호주의 CPI 상승률도 시장 예상치를 웃돈 점 등이 달러-엔 상승에 부채질했다.

주요 국가들이 본격적인 금리 인하 사이클 진입에 난항을 겪으면서 '오랜 기간 높게(higher for longer, H4L)'라는 테마가 예상보다 오래 이어지고 있다.

미국·일본 2년만기 국채금리 차이

◇ '170엔까지 가능' 전망도…日 미 국채 대거 매도할까

당장은 연준이 중시하는 물가 지표인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어떻게 나올지가 관건이다.

현재 전문가들은 28일(현지시간) 발표되는 5월 PCE 가격지수가 전월 대비 보합 수준에 그치고, 전년 동기 대비 2.6%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직전월 수치인 0.3% 상승과 2.7% 상승보다 둔화한 수준이다.

만약 PCE 가격지수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면 달러-엔 환율이 162엔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일본 외환당국에 165엔까지는 열어둘 것으로 보고 있다.

달러-엔이 170엔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엔화 약세를 반전시킬 강력한 계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ATFX 글로벌 마켓은 "달러-엔이 비교적 신속하게 170엔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며 "(일본 외환당국의)단기적인 개입은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미쓰이스미토모DS에셋매니지먼트와 미즈호은행도 금리가 높은 달러로 자금이 몰리면서 달러-엔 환율이 170엔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달러-엔 환율이 160엔을 터치하자 일본 외환당국은 추가 상승을 막기 위해 5월29일까지 약 한달간 10조엔에 가까운 자금을 환시에 부었다.

만약 달러-엔이 재차 당국의 한계를 넘어서게 될 경우 대규모 엔화 매수 개입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일본 당국이 개입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보유한 미 국채를 대거 매각해야 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미 국채 보유국 1위인 일본이 국채를 대거 팔면 미국 채권시장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면 재차 미일 금리차가 벌어지고 다시 엔화에 약세 압력이 가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미국 인플레이션 둔화와 연준의 금리 인하만이 엔화 약세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며, 일본 외환당국에 대한 압박감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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