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증권 '高비중 오케이' 사인…대선 앞두고 논란 속 재무부 명분↑
"비중 하단 15%는 유지하라"…장기채 너무 늘리지 말라는 의미 내포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성진 기자 = 미국 국채시장은 31일(현지시간) 호재가 잇달아 터졌다. 오후 들어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가 오는 9월 금리 인하 개시를 강하게 시사한 것이 더 큰 영향력을 행사했지만,장기채부담줄었재무부손들어준월가큰손들국제뉴스기사본문 그에 앞서 수급 측면에서도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재무부는 이날 오전 발표한 분기 국채발행 계획(Quarterly Refundig)에서 10월까지 석달간 이표채(Treasury coupon, 만기 2~30년)와 변동금리부 국채(FRN)의 입찰 규모를 이전 석달과 똑같이 유지한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적어도 다음 몇 분기(at least the next several quarters)" 동안은 입찰 규모를 늘릴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가이던스도 종전대로 유지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 가이던스가 수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으나 결국 기우에 그쳤다. (지난 30일 송고된 '선거 탓 더 주목' 美 국채 발행계획…장기채 확대 신호 나올까' 기사 참고)
국채시장에 '우호적인' 결정이 내려진 배경에는 월가 큰손들의 조언이 있었다. 이들은 만기가 1년 이하인 재정증권(T-bill)의 비중을 높은 상태로 유지해도 좋다고 사실상 '오케이 사인'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재무부는 월가 대형 금융기관의 책임자급으로 구성되는 차입자문위원회(TBAC)와 긴밀한 협의를 거쳐 분기 국채발행 계획을 결정한다. TBAC의 요구사항은 대부분 수용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이들의 입김은 막강하다.
TBAC에는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모건스탠리, 블랙록, 핌코, 브리지워터 등 내로라하는 기관들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 위원장은 씨티그룹의 디어드리 던 글로벌 금리 헤드가 맡고 있다.
TBAC는 이번 국채발행 계획에 앞서 재무부로부터 TBAC가 과거 권고한 재정증권 비중(15~20%)이 적절한지를 재검토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TBAC의 답변은 재무부의 현재 발행 전략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를 담고 있었다.
미 국채 전체 잔액 중 재정증권의 비중은 지난달 말 기준 21.3%로, TBAC의 과거 권고범위 상단을 약간 웃돌고 있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에서는 재무부가 재정증권 비중을 높임으로써 장기채 수익률의 상승을 억제, 경기를 지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던 참이었다. (지난 24일 송고된 '[ICYMI] 美 재무부가 장기금리 누르고 있나…'재정증권' 논란' 기사 참고)
TBAC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 앞으로 제출한 보고서에서 15% 하단은 유지하되 재정증권 비중이 "시간을 두고(over time) 평균적으로 20%"가 되도록 하라는 새로운 권고를 제시했다.
이는 20%를 일시적으로 웃도는 것은 괜찮다는 의미를 명확히 담고 있는 것으로, 20%라는 상단에 빡빡하게 구애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TBAC가 갖고 있음을 드러낸다. 보고서는 "대부분 위원은 재정증권 비중의 상단보다 하단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15%는 "여전히 건강한 시장 기능을 지원하는 하단"이라고 설명했다.
재정증권 비중이 줄어든다면 미 국채시장의 듀레이션은 늘어나게 된다. 15% 하단을 강조한 TBAC의 언급은 장기채를 너무 많이 발행하진 말라는 의도가 내포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저물가-저금리' 시대였던 2013~2019년 사이에는 재정증권 비중이 대부분 15%를 밑돌았다. 15% 하단을 지키라는 TBAC의 주문은 그 시대로 다시 돌아가긴 어렵다는 의미도 깔려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보고서는 "무엇보다 위원회는 재정증권이 계속 충격 흡수장치(shock absorber) 역할을 함으로써 이표채가 규칙적이고 예측가능하게 발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과거 재정증권 비중이 30~35%까지 높아진 적도 있음을 상기시켰다.
재정증권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 과정에서 35%에 육박할 정도로 높아진 적이 있다. 지금보다 비중이 훨씬 높았던 과거 사례를 소환한 것 역시 재무부의 현재 발행 전략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으로 볼 수 있다.
제퍼리스의 토머스 사이먼스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행간을 읽어보면, (TBAC의) 이번 권고는 재무부가 고의적으로 재정증권 비중을 높여 수익률곡선의 장기 쪽에서 긴축적인 통화정책의 영향을 상쇄하려 한다는 최근 비난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려는 시도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sj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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